안토니오 파파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테네브레
Ravel: Daphnis et Chloé
앨범 · 클래식 · 2025
'다프니스와 클로에(Daphnis et Chloé)'는 절정에 이르는 관능미와 그 너머까지 이어지는 감정을 화려한 음악 속에 정교하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이 발레곡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당시 선구적이었던 자신의 무용단 발레 뤼스의 공연을 위해 의뢰한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황홀한 오케스트라 음악 중 하나로 손꼽히죠. 특히 새벽을 묘사한 '일출(Lever du jour)'은 듣는 이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Antonio Pappano)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가 최고의 합창단 테네브레(Tenebrae)와 만나, 이 작품의 극적인 요소와 세세한 부분을 한층 살린 매혹적인 연주를 들려줍니다. 바비칸 센터에서의 연주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됐습니다. 이들은 라벨의 교향악적 웅장함을 강조해 작품을 해석합니다. 염소를 키우는 목동 다프니스와 양치기 소녀 클로에의 사랑, 클로에가 해적에게 납치되는 사건, 목신 판의 도움으로 기쁘게 재회하는 이야기를 라벨이 풀어내는 방식에도 주목하죠. 안토니오 파파노는 Apple Music Classical에 말합니다. "라벨은 이 곡을 그저 '무용 교향곡'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매 순간 펼쳐지는 디테일은 정말 놀랍습니다. 오페라 지휘자로서, 이런 음악적 자극을 받으면 놓치지 않죠! 작품에는 흐름이 있어야 하지만, 느린 부분에서 서두르면 안 됩니다. 목가적이지만, 극도로 관능적인 작품이거든요. 풋풋하게 싹트는 젊은 사랑에 관한 곡이에요. 질투, 이별의 절망, 그리고 두 연인의 재회를 담은 곡이기도 하죠. 저는 오페라 무대에서 이런 감정을 수없이 다뤄왔기 때문에, 이 곡이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느낌이 들어요. 이 작품은 말이 필요 없어요. 음악 속에 모든 것이 녹아 있죠."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1912년 6월 파리에서 발레 뤼스에 의해 처음 공연됐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발레곡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의 전설적인 초연이 있기 몇 달 전이었죠. 두 작품의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파파노는 스트라빈스키의 스승인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와 그의 교향시 '셰에라자드(Scheherazade)'가 '다프니스와 클로에'와 '봄의 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영화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처음 시도한 작곡가였으며, 이런 스타일은 스트라빈스키와 라벨의 음악에서도 분명하게 들립니다. 특히 라벨은 스트라빈스키보다 훨씬 더 확장된 효과를 만들어냈고, 새로운 색채도 더했습니다. 이로써 오케스트라 음색이 매우 다양하고 정교해졌죠." 파파노는 라벨의 음악에 다채로운 음색과 음향을 불어넣은 테네브레 합창단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는 이 곡에서 성악적 요소가 무척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테네브레와 함께한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테네브레는 주로 모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이 음악 곳곳에 영화적인 느낌을 줍니다. 남태평양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저희는 함께 모음으로 내는 소리를 조정했습니다. 저와 테네브레의 음악 감독 나이절 쇼트(Nigel Short)는 단순한 '아'가 아니라, 가끔은 입을 열고 비음 효과를 내는 '음'과 같은 여러 소리를 만들었어요. 물론 '우' 소리도 있는데, 라벨은 때때로 입을 닫고 부르는 소리를 의도했습니다. 이런 성악 사운드는 작품 전반에 나오는데, 오직 목소리만으로 아카펠라를 부르는 순간도 있죠. 정확하게 음정을 맞추기가 아주 어렵지만, 테네브레는 멋지게 해냈습니다." 라벨의 이 발레곡은 그가 쓴 가장 긴 작품입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곡이죠. 오케스트라는 이 작품의 파리 초연을 지휘했던 피에르 몽퇴(Pierre Monteux)와 함께 1959년에 전곡을 녹음했습니다. 이후 앙드레 프레빈(André Previn),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켄트 나가노(Kent Nagano),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 등의 지휘자와 또다시 연주했죠. 파파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작품의 미묘한 뉘앙스부터 웅장한 극적 흐름까지 놓치지 않고 최상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의 지휘에 따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네 개의 음악적 중심 주제가 생생하게 형상화되며, 수많은 독주 부분이 자유롭게 등장하죠. 파파노는 전합니다. "오케스트라 멤버들에게 플루트, 호른,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솔로는 이 교향악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이 악기들을 위해 쓴 라벨의 멜로디가 아름답기 때문이지만, 그 묘사 때문이기도 합니다. 순간순간 극적인 느낌을 발레로 표현해야 할 때 아주 잘 어울리거든요. 물론, 곡의 도입부는 하프를 시작으로, 조용하게 울리는 호른, 베이스, 잔잔한 현악기들이 서로 맞물려 들어오죠. 마치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지는 케이크처럼요. 이 음악은 두 팔을 활짝 벌려 마치 이 놀라운 세상을 품에 안듯 펼쳐집니다. 화가 카라바조가 그랬던 것처럼, 라벨이 빛의 음영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 아름다워요. 아주 완벽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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