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Remo Anzovino는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익혔던 그는 법학을 전공한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0년대 초반, 영화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며 본격적으로 음악 커리어를 시작했죠. Anzovino의 음악은 영화 속 장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관객의 내면에 있는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어느새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되죠.
Anzovino는 무성 영화와 다큐멘터리 음악 작업에 특히 많은 애정을 쏟습니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2019년 이탈리아 영화사 Nexo Digital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을 맡으면서부터입니다. 모네, 피카소, 고갱과 같은 화가뿐 아니라 나폴레옹, 엘리자베스 2세 같은 군주까지 역사 속 유명 인물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은 Anzovino만의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Anzovino의 솔로 음반에서는 그가 지향하는 음악 세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Tabù' (2008)에서는 피아노 외에도 아코디언과 기타, 드럼, 더블베이스, 색소폰 등을 활용한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재즈를 선보입니다. 'Igloo' (2010)에서는 클래식과 재즈의 관습적인 경계를 넘어서고,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 'Nocturne' (2017)에서는 좀 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모습을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