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Krystian Zimerman)은 완벽주의자로 유명합니다. 감정을 조절하며 악보 속 음표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연주하죠. 또 그는 피아노와 음향에 대한 전문가로, 자신이 소유한 피아노 액션(건반과 해머의 연결 부분)을 싣고 다니며 전 세계를 투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56년 폴란드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5살에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처음 배웠습니다. 그가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건 1975년에 열린 쇼팽 콩쿠르에서 18세 나이로 우승하면서부터입니다. 이듬해에는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과 협연하며 클래식 팬들의 시선을 또 한번 집중시켰습니다. 어린 나이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치메르만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더 갈고닦았습니다. 1976년에 파리로 넘어간 후에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음악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쇼팽 콩쿠르로 처음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경력 초기에 그는 쇼팽(Chopin) 스페셜리스트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특히 1988년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에서 발매한 '쇼팽: 발라드 - 뱃노래 - 환상곡(Chopin: Ballades - Barcarolle - Fantaisie)' 앨범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쇼팽 연주의 정석으로 통하는 음반이죠. 하지만 그는 베토벤(Beethoven), 슈베르트(Schubert), 브람스(Brahms) 같은 낭만파는 물론, 버르토크(Bartók)와 번스타인(Bernstein) 같은 현대 음악 작품까지 연주하며 레퍼토리를 넓혔습니다. 또한 카롤 시마노프스키(Karol Szymanowski),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Witold Lutosławski) 같은 고국 폴란드의 작곡가를 소개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