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는 1957년 부조니 콩쿠르와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1965년에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연주는 강력하고 현란한 테크닉과 카리스마로 유명합니다. 풍부한 에너지로 몰아치는 연주 스타일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빛을 발하며, 특히 비르투오소 협주곡에서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무대에서 내뿜는 이러한 기개는 라이브 앨범에서도 잘 포착됩니다.
아르헤리치가 독주회보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곡 무대를 자주 선보이는 이유는 음악을 외로운 싸움으로 대하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중히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실내악 역시 그에게 중요한 장르가 되었죠. 비슷한 나이에 고향도 같은 친구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 꾸준히 피아노 듀오를 선보이는 한편, 2002년부터는 스위스 루가노에서 매년 실내악 축제를 열어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실내악에서의 이러한 성공은 아르헤리치가 화려하고 강력한 독주자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대가임을 입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