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가 역대급 규모의 투어를 마치고 명실공히 록의 화신이 되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건 바로 자신들의 지위를 스스로 풍자하는 동시에 격상하는, 더 큰 규모의 투어를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하기 몇 년 전부터 정보 과부하나 피상적인 우상화에 대한 개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The Joshua Tree'가 미국의 광대한 공간에 관해 말했다면, 1991년 'Achtung Baby'는 유럽의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진 혼란과 소란을 한바탕 즐기는 앨범이었죠. 그 결과 1992~93년의 Zoo TV Tour에서는 수십 개의 스크린이 등장해 빠르게 쏟아지는 이미지와 잠재 의식적인 메시지들을 번쩍이며 내보냈고, Bono는 'The Fly'라는 캐릭터로 랩어라운드 선글라스를 쓰고 비닐 바지를 입고서 무대에 섰습니다.  2017년, Bono는 Zane Lowe에게 말했습니다. "'Achtung Baby'는 '그래, 유명해지고 싶어? 이제 제대로 된 록 스타가 되어 즐겨보자'고 말하는 앨범이었어요. 어쩌면 저희가 너무 격양됐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 비닐 바지는 사실 벗을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The Joshua Tree'의 성공, 그리고 사뭇 진지한 모습을 담은 1988년 'Rattle and Hum' 앨범과 다큐멘터리가 나온 이후 진행된 이 투어는 U2가 지난 성공에 자아도취 되었거나, 혹은 그 성공에 저항하는 걸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유머 감각만큼은 유명하지 않았던 이 유명 밴드의 유머스러운 면을 Zoo TV Tour에서 보여줬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