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지근한 날들

얼만큼 견뎠을까 괜찮단 한마디엔

바짝 마른 눈물의 흔적만큼이나

마른 감정은 숨길 수 없어

여기서 아주 조금만

조금만 손을 뻗으면

주문처럼 속삭여 되뇌인 말들은

지난 시간을 앗아버린 듯해

할 수 있는 것 없이 벅차올라

습한 여름 저녁 색으로

속절없이 물들어가는 미적지근한 날들

어디까지 왔을까

홀린 듯 쫓아온 건

나의 것이 아닌 걸 깨닫기 위해

그동안 먼 길을 돌아온 걸까

만약이라는 건 없어

만약 그랬었더라면

헛된 혼잣말 끝엔

서툰 지난날들이 쌓여 만든

지금의 내가 있어

할 수 있는 것 없이 벅차올라

습한 여름 저녁 색으로

속절없이 물들어가는 미적지근한 날들

돌아가는 곳은 늘 같아

차가운 끝과 더운 끝으로

하염없이 저물어가는 미적지근한 날들

닿을 수 없던 꿈이기에

역시 아련해지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