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지나가더라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진 않았고

정해진 대로 하루가 흘렀고

난 그 안에서 그냥 있었어

한 두번쯤

생각이 걸렸지만

그걸 붙잡을

기분은 아니었고

그렇게 지나가더라

딱 그 정도의 하루

웃을 일도

울 일도 없었는데

밤이 오고

불을 끄고 나서야

뭔가 좀 남아 있는데

딱히 말은 안 했어

약속은 없었고

할 일도 없었고

밖에 나가긴 했는데

어디까지 갔는진

기억이 잘 안 나

사진은 찍었는데

다 비슷하게 나왔고

노래는 들었는데

뭘 들었는진 기억이 흐릿해

그렇게 지나가더라

딱 그 정도의 하루

웃을 일도

울 일도 없었는데

밤이 오고

불을 끄고 나서야

뭔가 좀 남아 있는데

딱히 말은 안 했어

하루는 분명 있었는데

그 안에 내가 있었던 건지

그냥 지나간 건지

잘 모르겠는 날이었어

그렇게 지나가더라

기억에 남을 일도 없고

버릴 만큼 아픈 일도 없이

그냥 조용히 지나가더라

아무도 모르고

나도 몰랐던 하루

그래도 어딘가에 남긴 했겠지

그렇게 지나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