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y
어느 날 하나뿐인 제 동생이
라면을 끓여주겠다며 주방으로 가더니
한참 후에 이런 것을 내밀었습니다
동생아
흥건한 국물에 내 눈도 흥건해져
퉁퉁 불은 면발에 내 눈도 퉁퉁 불어
미안해 그동안 내버려 둬서 미안해
이제 말할게
제발 라면 끓인다면
한강은 만들지 말아 줘
쫄깃한 면발까진 바라지도 않아
Oh 제발
내 동생이라면
라면은 잘 끓이길 바래
김치찌개까진 바라지도 않아
물부터 맞춰보자
종이컵 3컵 소주잔으로 11잔
물 계량만 잘해줘도 반은 성공이지만
그마저도 귀찮다면 일단 무조건 조금만 넣어
짜면 물 넣으면 되지만 싱거우면 답이 없어
불도 켜기 전에 분스 건스부터 때려 넣어
불순물 추가해 끓는점 높이고 그런 이유 아니야
그냥 팔팔 끓을 때 넣으려면 수증기가 뜨거워
너 막 당황해서 우왕좌왕
스프 뜯다 막 흘리고 그러니까 그런 거야
불 최고로 센 불로 켜도록
물 되도록 높은 온도로 펄펄 끓도록 할수록
이토록 꼬들한 면이 돼 호로로로로록
물 살짝 끓어오를 찰나
숟가락으로 조금 맛봐
짠 것 같으면 물 타서 간을 맞추면 되니까
물은 적게 잡으라고 했던 거란다
다음은 면을 넣자
최고 팔팔 끓을 때에 넣어야만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열기 때문에 무서우니
면 측면의 이 구멍에 젓가락을 꼽아 집어넣어 간편히
팔팔 면이 끓는 동안
들어 올려 공기 접촉 안 해도 돼
어차피 면의 꼬들함은 물 온도와 타이밍이
90프로 결정지어 봉지나 치워
시간대별 면의 느낌 여기 적어 놓을 테니
이거 보고 참고해서 니 마음대로 조절해 봐
물론 불이 가장 세고 물이 팔팔 끓는다는
가정 하의 시간이야 시간 재기 어렵다면
대충 봐서 덜 익었나 할 정도로 끓이면 돼
덜 익으면 알덴테라 우길 수도 있는 데다
귀찮지만 좀 더 끓여 고칠 수도 있지만
너무 끓여 푹 퍼지면 돌이킬 수 없단 말이야
계란은 좀 귀찮아도 그릇에다 깨 놓고서 넣도록 해
냄비 위로 깨려다가 수증기가 뜨겁다고
당황해서 떨구거나
혹시 껍질 부스러기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잖아
타이밍은 면 넣고서 취향 따라 1 2분
분식 라면처럼 섞어 풀어 넣어도 되지만
내가 추천하는 건 2분째에 면을 집어
밀어 놓고 계란 넣고 집은 면을 잠시 덮어
완성
이게 라면이란다
망막에 새겨두길 바래
매혹적인 빛깔 아름다운 곡선
기억해 줘
라면을 잘 끓이는
가장 중요한 비법은 진라면을 고르는 거야
응용
라면 2개 끓일 때 물 양은 1.35 배야
과학적인 계산으로 산출해낸 수치는 뻥이고 나도 몰라
그럼 어떡하냐고 걱정 말아
이렇게 아무렇게 틀리게 말하면
댓글에 나보다 잘 아는 분들이
답 안 달고는 못 배기니까
여러 개 끓일 때 면 휘돌리는 것보다
위아래로 섞어야 골고루 올바로 익은 면이 되지
냉동만두 넣으려면 면이랑 같이 넣지 마
물 온도가 떨어지고 조리시간 길어져서
꼬들함을 잃게 되니까
라면의 기본은 높은 온도로 짧게 끓이는 것
꼭 기억해 줘
이제 니가 끓여봐
알았어 맡겨 두라고
5분 후 들리는 불안한 목소리
오빠 일로 와봐
너 몇 컵 넣었니
세 컵 넣었지 종이컵
아니 이런 건 또 어디서 산 거야
선생님 선생님 우리 라면
이대로 끝인 건가요 제발요
선생님 선생님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노력이 아니라 살려내라고요
그럼 어디 한번 해보겠습니다
싱거운 라면 살리는 법
된장 고추장 쌈장 넣고
쌈장라면이라고 우기세요
액젓 새우젓 오뚜기 멜젓 투척
무척 기적적인 맛이죠
크림수프 흩뿌리고 섞어주면 거뜬히
맛이 다시 일어나지 마치 오뚜기
케찹 좋지만 마요네즈는 아니야
따로 좋은 방법 있지
마요라면 레시피
진라면 순한 맛 물 2컵 넣은 다음
분스 반만 건스 다
평소대로 끓여 면 건지고 계란 넣어
식초 참기름 설탕 간장 마요네즈 섞은 다음
계란 올려 국물이랑 먹으면 꿀맛
마라탕을 사랑하는 너를 위해
마라라면 말할 테니 빨랑빨랑 들어봐라
분스 반만 넣고서 라조장 산초 맛 2술 탁
나머지는 평소대로 끓여 완성
마라라면 맡아봐라 마라 향기
매우 매워 눈물 찰랑 간당 빨랑
레시피가 맞나 싶게 맛나 맛나
맞다 맞다 마지막은 생라면의 꿀팁이야
면 부수고 전자레인지 1분 돌리는 동안에
분스와 케찹 설탕 2술 섞고 찍먹 해봐
색다른 맛 손도 깨끗 우유 맥주 잘 어울려
이것으로 내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제부터
제발 라면 끓인다면
한강은 만들지 말아 줘
차라리 짜면 고칠 수 있잖아
라면은 이 색깔이란다
라면은 이렇게 생겼어
라면은 라면은 오뚜기 진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