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rimo piano

Testi

여섯시 오십분의 서울 하늘 
 조금씩 밝아져 가는 가로등
 조금씩 흘려지는 시간 
 나도 모르게 조금 쓸쓸해져
 여덟시 오십분의 지하철엔 
 무표정한 사람들이 떠다니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 
 나도 모르게 조금 외로워져
  
 익숙한 듯 낯설게 느껴져 
 우리 기억이 고여있는 이 길
 네가 있다면 네가 곁에 있다면
  
 조심스럽게 마음으로 외치는 말 
 나에게로 와 
 기다리는 나에게로 와 
 소리 없이 오는 저 파도처럼
 홀로 걸어 온 막막한 이 길을 건너 
 나에게로 와 
 기다리는 나에게로 와 
 손을 내밀어 줄래
  
 열 한시 오십분의 서울 하늘 
 별 하나 없는 서늘한 어두움
 또 혼자 웅크린 작은 방 
 나도 모르게 조금 무서워져
  
 나비처럼 방 안을 떠도는 그리움과 
 내 가난한 마음
 네가 있다면 네가 곁에 있다면
  
 조심스럽게 마음으로 외치는 말 
 나에게로 와 
 기다리는 나에게로 와 
 소리 없이 오는 저 파도처럼
 홀로 걸어 온 막막한 이 길을 건너 
 나에게로 와 
 기다리는 나에게로 와 
 손을 내밀어 줄래
  
 눈 감았지만 나는 너를 보고 있어 
 침묵했지만 네게 말을 걸고 있었어
 알아주길 바란 건 아니지만
  
 홀로 걸어 온 막막한 이 길을 건너 
 나에게로 와 
 기다리는 나에게로 와
 손을 내밀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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