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i
가을 햇살 좋던 날
우리 팔 남매 앞에 놓인 사과 세알
어머니는 사과를 깎아 우리들에게만 나누어 주셨다
더 먹고 싶어 돌아서지 못할 때
어머니는 사과를 담아왔던 그릇을 들어 올리시며
이제 됐다하시며
그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가셨다
그날 부엌 앞을 지나다
열린 부엌 문틈으로 보았다
어머니가 사과껍질에 붙어있는 살을
칼로 저며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아무리 사랑이라도 가난은 이길 수 없었다
객지에서 살 때
어머니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받고
급히 고향 집에 내려갔다
어머니는 사과를 먹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사과를 사서 집에 들어섰을 때는
어머니는 이미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 후 나는 사과나무가 되고 싶었다
어머니가 늘 다니시던 밭모퉁이에 사과나무로 서서
봄에는 꽃을 활짝 피어 와 꽃이 곱다야 하며
환하게 웃으시게 하고 가을이면
저것 봐라 사과가 많이도 달렸네 하시면서
사과를 하나 뚝 따서 한 입 깨물어 잡수시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나는 사과나무가 되고 싶다
Written by: 박용섭, 안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