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

힙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가사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애들이 보면 이상할까봐

남몰래 숨어 리듬을 탔었는데

상자 속 젊음을 들은 덕에

나는 굴레에서 벗어났었는데

애들 다 소녀시대 들을 때

나는 도끼를 찾아 들었었는데

중학교 시절에 체육 선생한테

걸려 핸드폰을 뺏겼을 때

스윙스 공연을 보려고

네이버 지도를 인쇄해 갔었는데

MP3로만 듣던 랩들을

직접 듣고 감동을 받았는데

공연 후 사진을 찍었고

그땐 스윙스가 사인도 없었는데

쇼미더머니가 나왔을 때

독서실에서 남몰래 봤었는데

책을 위에 올려놓고

그 아래 노트에 가사를 적었었는데

재수학원을 다녔을 때

나는 옥상에서 랩을 뱉었었는데

재수학원을 다녔을 때

나는 쇼미더머니에 나갔었는데

기숙사에서 난 수업을 째고

매일같이 가사를 썼었는데

한 학기만에 휴학하고

작업실 박혀서 음악을 했었었네

처음 장비에 녹음을 해보고

내 랩실력에 화가 났었을 때

하루 10시간씩 연습을 하다가

며칠 간 목이 다 쉬었는데

그래도 더 해야지

그래도 매일같이

낮에 시작했지

녹음이 끝나면 내일 아침

내일은 이걸 연습해

내일은 이번 곡 가사를

내일은 프리스타일 연습

매일을 이걸 반복해

20대 내내 난 취직이 아니라

래퍼가 되고 싶었던건데

애들이 내게 진심이냐 물으면

음악은 취미라 했었었네

1평짜리 작업실에서

컵라면 먹으며 용돈을 아꼈을 때

겨울엔 온수가 안 나와

밤마다 찬물로 샤워를 했었는데

취직하려고 엠넷에서

쇼미더머니 인턴 일을 했었을 때

죽어도 못갔던 자린데

올라온 래퍼들 나보다 어렸었네

걔네들 타투와 옷에 있는 로고

위에 테이프를 붙여줄 때

처음으로 내가

실패한 사람이 됐다는 기분을 느꼈었네

랩이 좋았고 랩만 들었고

래퍼가 되려고 했었는데

평생 랩 하려고 죽도록 해서

래퍼로 성공할라 했었는데

힙합에 빠졌던 열세살 아이는

어느새 서른을 바라보네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앨범에

들어갈 가사를 적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