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 고왕금래

고왕금래 사생을 헤아르니 인간 영화 가소롭다

선아 선아 떠나가니 가는 곳이 어디멘고

공도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 것 죽음이라

천황, 지황, 인황씨는, 신농·황제·복희씨는

요·순·우·탕, 문·무·주공, 공맹안증 제성현은 아차 한 번을 죽어지면

사적이야 있다마는 우리 같은 초로인생

한번 아차 죽어지면은 사적이야 있겄느냐

육진장포 질끈 묶어 소방상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려 메고

산천으로 행할 적에 공수래공수거니 세상사가 허망 허구나

샅으로 짚을 짓고 송죽으로 울을 삼어 두견이 벗이 되니 처량한 것은 넋이로구나

어화 세상 벗님네들 백발 보고 웃들 마소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다

검든 머리 희여지고 곱든 얼굴 주름이가니

원수가 따로 없고 백발이 모두 다 원수로구나

가는 세월은 갈퀴로 끌어내고 오난 백발은 망치로 두다리고

밀고 치고 아무리 격투를 허여도 무정세월은 가고 만다

살었을 때 친구 벗님네와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