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가리

어둠이 지나고 붉은 해 떠오르면

돌 틈에서 고개 내밀고 인사하는 풀꽃

그 풀꽃처럼 힘겹게 오뚝이로 살아온 길

폭풍우 몰아치던 여름이 가고

눈보라 흩날리던 겨울도 지나고

졸졸 계곡 물소리 들으며 먼 하늘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며 꽃피우는 저 억새처럼

이제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무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리라

 

가던 길 멈추고 문득 뒤돌아보면

무거운 등짐 지고 땀 흘리며 오르던

보일 듯 말 듯 따라오는 여우 꼬리 숲길

천둥번개 몰아치던 여름이 가고

진눈깨비 흩날리던 겨울도 지나고

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먼 하늘 바라본다

저녁 해 속으로 사라지는 저 기러기처럼

이제는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리라

무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리라

무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리라

홀로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