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詞
아빠의 아침은 늘 이렇게 바빠.
아빠는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뛰고 또 뛰어서 회사에 도착해.
아빠들이 원래 이렇게 뛰면서
출근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운이 아빠만 그러는 건지
난 정말로 궁금해. 오늘 다운이 아빠가
너무 빠르게 뛰는 바람에 하마터면
출근길 지옥철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의 꽃무늬 치마에 옮겨붙을 뻔했어.
다운이 아빠의 사무실이야.
집에서는 도통 볼 수 없던
아빠 코딱지가 보여.
“다운코딱지 왔냐?”
“어! 아빠 코딱지, 잘 지냈어?
집에서는 잘 안 보이더니,
여기 오니까 널 만나게 되네!!”
“당연하지. 아빠가 일주일에
3~4일은 밤늦게까지
여기서 일을 하는데,
코딱지를 안 팔 수가 없잖아?”
“뭐야~ 그럼, 아빠는 집에서
다운이한테 그렇게 코딱지
파지 말라고 잔소리하면서,
아빠는 사무실에서 몰래
코딱지를 파고 있었던 거야?”
“‘몰래’까지는 아니고,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도 때론 코딱지를 파야
할 때가 있는 법이야.”
“난 아빠라는 사람들은 코딱지
파는 법도 모를 줄 알았지~.
그럼 아빠도 다운이처럼 코딱지 자주 파는 거야, 설마?”
“너 어른 코딱지 처음 보니? 큭큭.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특별히 너한테만 말해주지.
아빠는 사장님께 제출하는
‘보고서’라는 걸 가끔 쓰는데,
그걸 쓸 땐 아빠 엉덩이가
의자에 딱 달라붙은 것 마냥
온종일 앉아서 글을 쓰거든.
근데, 그 보고서란 녀석을 쓸 때면
아빠가 평소와 달리 코딱지를
좀 많이 파는 편이야.
사탕을 쏙쏙 까서 먹다가,
코를 슝슝 후비기도 하고,
차갑게 식은 커피를
호로록 마시기도 하지.”
“흠……. 역시 그랬던 거군,
집에서는 완벽했던 아빠도
회사에선 어쩔 수 없었네.
‘어른들도 때론 코딱지를
파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오케이 이 말 기억할게.”
아빠 코딱지랑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눴더니 아빠 코딱지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빠 같은 어른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할 줄 아는 코딱지라니….
어쩐지 멋있어 보여.
“여긴 말이지, 집에서 과묵했던
아빠나 다정했던 엄마도,
그리고 집에서는 오로지 존경받는
할아버지도 다른 것들은
잠시 잊고 자기 이름 세 글자를 걸고
열심히 일에 몰두하게 되는
회사라는 곳이야. 그러다 보니
일을 하다가 코딱지를 파기도 하고,
머리를 벅벅 긁기도 하고,
다리를 떨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습관이 툭 툭 튀어나오지.
때와 장소를 가리는 분별력이
조금 더 뛰어난 것 말고는
어른들도 결국은 아이들과 비슷해.”
“그런 거구나. 나는 늘
아이들 곁에만 있다 보니
어른들은 재채기할 때 빼고는
코딱지도 나올 일이 잘
없을 거라 생각했어. 히히.
내가 너무 순진했네.”
오늘은 사무실에서 온종일
아빠를 지켜봤어.
학교에서 다운이와 친구들을 지켜보며
다른 코딱지들과 떠들고
장난칠 때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
아빠는 종일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전화를 받고,
그리고 양복을 입은 다른 사람들이 오면
일어나서 인사도 하며 하루를 보내.
일을 하다말고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았지만,
아빠는 곤란한 표정을 한 채
오늘도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어.
아빠는 쉴 새 없이 일했지만,
여전히 일은 많아 보였어.
지친 아빠는 밤 아홉 시가 지나서야
겨우 사무실을 나섰어.
집에 도착해 현관에 들어서자
다운이가 뛰어나와 아빠를 반겼고,
아빠는 그제야 활짝 웃었어.
아빠의 하루는 참 길고 고단해 보였지만,
집으로 돌아와
다운이 곁에 앉은 아빠의 모습을 보니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야.
05 특명, 다운이를 구출하라!
“에, 에, 에, 에헤~~취!”
“헤헤헤헤~헤엣취~~!”
어휴! 깜짝이야! 한밤중에 무슨 일이래?
어디 보자, 지금 몇 시지?
어, 아직 새벽 2시인데,
다운이가 벌써 일어난 걸까?
“후루룩 킁! 에취! 킁킁”
이럴 수가. 다운이의
감기가 심해졌나 봐.
해가 밝으면 드디어 기다리던
다운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인데
하필 오늘 콧물이 꽉 찰 정도로
감기가 심해지다니.
다운이 엄마는 다운이가
열이 나는지 확인했고,
콧물 때문에 잠을
설치는 모습을 보며 걱정했어.
잠에서 깬 다운이는
아픈 몸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할까 봐
마음 졸이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어.
“흠, 아무래도 안 되겠네.
혹시 다운이네 집까지
따라서 온 코딱지들 있니?
거기 누구 없어?”
난 우선 코딱지들의 도움을 받아
다운이를 감기로부터
구출해낼 작전을 짰어.
“하암~~ 잘 잤다. 무슨 일이야?”
“오, 하은코딱지야,
너 여기까지 왔구나!”
“응 어제 다운이 가방에 붙어서 왔지.”
“그래 하은코딱지야 잘 왔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 좀 있어.”
나는 다운이를 위해
하은코딱지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무슨 일인데?”
“아침이 밝으면 다운이와
친구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이잖아.
다운이가 졸업식을 무척 기다려 왔거든.
그런데 지금 다운이 감기가 심해져서
콧물이 코를 완전히 막고 있어.
이렇게 감기가 심한 상태로는
졸업식에 참여할 수 없을지도 몰라.”
“아~, 그런 거였구나.
난 잠결에 콧물 소리가 들리길래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게 다운이었구나.”
“맞아 다운이었어. 그래서 말인데,
다운이 콧물이 멈추도록
우리가 힘을 좀 모아야 할 것 같아.”
“어휴 그렇겠네. 다운이가 푹 자고
컨디션을 회복하려면 우선
코가 뻥 뚫려야겠구나.”
하은코딱지가 함께 돕기로 했지만,
우리 둘로는 어림도 없을 거야.
그래서 또 다른 친구들을 찾아보았어.
“얘들아 내가 좀 도울까? 하~암.”
역시 언제나 든든한 엄마 코딱지야.
“엄마코딱지, 잘 부탁해.
엄마 코딱지는 이미 해 본 적이 있는 일이지?”
“물론이지, 일단 서로 양손을 잡아.
그리고 얘들아 그만 자고 일어나서
너희도 손 좀 잡아봐. 도움이 필요해.”
엄마코딱지의 말 한마디에
처음 보는 코딱지들이
우르르 달려들었어.
“양옆의 코딱지와 손을 잡은 채로
각자 몸을 가장 납작하게 늘리자.
그러고 나서 내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면
한꺼번에 다운이 콧구멍으로
뛰어 들어가는 거야. 준비됐지?”
“엇차~ 으읏차~”
다들 코딱지를 쭈욱 쭉 늘리며
엄마코딱지의 목소리를 기다렸어.
“자, 하나둘 셋!!”
“어,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얘들아 다시 뒤로 물러나자.
엄마코딱지를 중심으로
모두 모여서 한 번에 쾅!
쳐들어가는 거야.”
다들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자세를 고쳐잡았어.
이번에도 실패하게 되면,
코는 더욱 막혀 또다시 다운이가
잠에서 깰지도 몰라.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그럴 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을 거야.
나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어.
그리고 외쳤지.
“자, 다시 가는 거야.
하나, 둘, 셋!”
코딱지들은 한꺼번에
다운이 콧구멍으로 뛰어들었어.
“에~~~취!”
다운이가 재채기를 하며
한꺼번에 뭉쳐진 코딱지와
콧물이 쏙 빠져나왔어.
다운이는 잠결에 흘러나온
콧물을 쓱 닦더니
다시 편안하게 잠을 자기 시작했어.
“이얏! 성공이다. 하은코딱지야,
그리고 엄마 코딱지와
처음 보는 친구들아.
모두 고마워.
다운이가 이대로만 푹 자고 일어나면,
좋은 컨디션으로 졸업식에도
참석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고마워.”
멋지게 임무를 완수한 코딱지들은
눈을 비비며 다시 꿈나라로 돌아갔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기침 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어.
Written by: Mate Chocolate, 심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