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학기술시대, 파탄 난 인간실존

여러분, 다들 이걸 알아

당신들이 어느 시간에 어디 장소에 있을 때

누군가 당신의 위치, 당신의 얼굴과 말

일만 킬로미터 밖에서도 생생히 관찰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그 감시자가 원하기만 하면

그 무인 드론인지 뭔지가 느닷없이 날아 들어와

오직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몸과 뇌를 산산조각 내버릴 수 있다는 거

도처의 유리 눈동자 씨씨티브이

모든 개인들의 지피에스 장착 스마트폰

지구 위 끝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수많은 저궤도, 중궤도 위성들

무인 드론 크루즈 미사일

안면 인식 홍체 인식

막대한 컴퓨팅 처리 용량

엄청난 데이터 저장 용량

밤낮없이 수혈되는 전기에너지들

도처의 에너지 저장 배터리들

지금 초과학기술 시대에선 이 지구에 살고 있는

팔십억명의 사람들의 행적을 초단위로 저장할 수 있는

전자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이미 갖고 있지

모든 것이 기록되고

모든 것이 분석되고

모든 것이 감시되지

이 광적 편집증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초과학기술 시대에선

인간의 실존이란 끝난 거야

사람이 자연의 사람답게 살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었단 말이지

상기하지 않고 잊고 있으니

사람답게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에이아이 로봇은 머지않아

인간의 일자리를 셀 수 없이 대체하겠지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대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지

우리 아이들, 청년들은

쓸모없는 거추장스런 짐짝들이 되게 생겼군

우린, 이러려고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기술이란 걸 만들고

과학이란 걸 만들고

문명이란 걸 건설했나

대체 지금 우린 무얼 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