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머문 자리

햇살이 머문 자리 위에

그날 네가 서 있었던 것 같았어

난 괜히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걷기 시작했지

익숙한 카페 앞을 지날 때

네가 좋아하던 메뉴 생각나

요즘도 그거 마실까?

괜히 궁금해졌어, 별 일도 아닌데

너와 마주친다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그땐 아무 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햇살이 네 얼굴을 닮았던 그날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웃는 널 보며 한참을 멈춰선 채로

손을 흔들까, 그냥 지나칠까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너를 떠올려

아무렇지 않은 하루 속에서

자꾸만 네가 보여

버스 창밖 풍경 흐를 때

네가 앉던 자리만 자꾸 보이더라

누굴 기다리는 것처럼

내 눈이 먼저 너를 찾고 있어

한 번쯤은 연락해볼까

아직 그 번호 그대로일까

바뀐 게 많지만

내 맘은 그날 멈춰 있는 것 같아

햇살이 비추는 이 거리 위에

너와 내가 웃고 있던 그 계절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또 선명해

지금 너도 나를 떠올릴까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

언젠가 스쳐 지나가는 날엔

웃어줘, 한 번쯤은